푸틴이 총리로 임명되었을 때 러시아 국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대부분의 대중은 그를 잘 알지 못했고, 그는 일반 정치인으로서 무명의 존재였다. 푸틴은 과거 KGB에서의 경력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시민들은 그를 일종의 '듣보잡'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푸틴은 곧바로 자신의 이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체첸 전쟁이었다.
체첸은 러시아 남쪽에 위치한 자치공화국으로, 카프카스 산맥 바로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은 1859년에 러시아 제국에 정복되었고, 소련 시절에는 자치공화국으로 존재했다. 체첸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러시아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이었다. 그러나 체첸은 독립을 선언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1994년 옐친 정부는 체첸을 침공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후퇴하게 된다. 이 사건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옐친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이후 1999년 10월,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아파트 폭발 사건이 체첸 반군의 소행으로 파악되자, 푸틴은 즉시 강력한 군사 작전을 개시한다. 그는 체첸 수도에 대량 파괴 무기를 동원하여 무자비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 테러에 대한 복수로 여겨졌다. 푸틴은 강한 리더십을 통해 체첸 반군을 진압하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강력한 국가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며 전투기에 탑승한 푸틴은 젊고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했다. 체첸 전쟁을 통해 푸틴의 지지율은 단숨에 2%에서 74%로 급상승했다. 이는 옐친 정부의 무기력한 모습과 대비되는 대조적인 모습이었고, 푸틴은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1999년 12월 31일, 옐친 대통령이 깜짝 담화문을 발표하며 갑작스럽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옐친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여러 부패 의혹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푸틴과의 비밀 약속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옐친은 푸틴에게 자신의 가족을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권력을 이양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푸틴은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였고, 그의 선거구호는 "강력한 국가, 위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이었다. 그는 2000년 대선에서 53%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며 푸틴 시대의 막을 열게 된다. KGB 출신으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옐친의 후계자로서 권력을 승계하며 러시아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체첸 전쟁과 그에 따른 강력한 대응은 푸틴에게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이후 그의 통치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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